김세린 (21) January 2015 ~ December 2017
아이들의 웃음소리,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영어, 북적대는 그림자들, 그 끝에 있는 반투명한 문하나. 이 문을 열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느껴지는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 그곳에 들어선 순간 나는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순간 이곳이 한국이 맞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남들 다 다닌다는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에는 발도 들여 본 적이 없는, 오히려 유치원 때 아빠에게 수준에 맞지 않는 영어 수업을 들어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입학 때 내가 알던 영어라고는 알파벳과 과일 색상 이름 몇 개가 다였다. 정상적이지만 시대에 맞지 않게 공교육 정규과정으로 3학년 때 영어를 처음 제대로 배웠고, 생각보다 재밌는 과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1년 뒤부터 방과 후 수업을 들었고 2번의 어학연수를 통해 대충 뉘앙스로 영어문장들을 알아맞힐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영어 학원을 여러 군데 알아보러 다녔지만 내가 비싼 돈 주고 어학연수를 통해 배워온 리스닝, 스피킹 실력을 유지 혹은 발전시켜줄 학원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학원들은 문법과 독해 중심의 교육을 했고 내가 필요한 것은 꼭 그것들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찾아다니던 중 친구의 소개로 간판 없는 학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학원을 알게 되었고, 그때 처음 이곳을 알게 되었다. 학원에 간판이 없다는 것이 굉장히 충격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을 때는 더 놀랐다. 내가 갔었던 미국의 캠프를 떠올릴 수 있을 모습이었다. 제멋대로 널브러진 것 같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책상과 의자의 배열, 벽 대신에 각자 반을 구분하는 텐트들. 이 학원은 Unique 그 자체였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기숙사 학교에 오기 전 중학교 3년간 ‘영어 공간’을 다녔다. 대체로 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학생보다는 부모이기에 학원에 가면 아이들이 딱딱한 책상에 앉아 펜을 힘겹게 한 손에 쥐고 피곤한, 정말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표정들을 하고 앉아있는데 이곳은 딱 들어가면 아이들의 다채로운 표정과 말소리를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 또한 3년간 그런 표정으로 다녔던 것 같다. 물론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스피킹과 리스닝에 비해 라이팅과 리딩 실력이 많이 부족하던 나는 처음 학원에 들어가 2개월가량 매일 울며 세 시간씩 숙제를 해 갔었다. 그때는 정말 학원가기도 싫고 꾀병을 부리고 싶던 날들도 있지만 그때가 있었기 때문에 국제학교를 오고 또 유학의 길을 선택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간판도 없고, 이름도 없는 이 Mysterious 한,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이곳은 공교육의 시험이라는 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는 다른 학원들과는 다르게 각자의 간판을 만들고 세울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나는 아직도 6년 전 그날 반투명한 문을 향해 복도를 걸어가며 가졌던 기대감과 설렘이 기억난다. 현재 나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생각나는 이곳은 학원을 넘어서 세상에 앞으로 지나칠 많은 문들 뒤에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인생의 가르침이 있는 곳이다.